"불쌍하지 불쌍해. 그 원수엣놈의 문지기 때문에 생목숨을 끊게 되었으니 불쌍하고말고, 킁 킁. 에구 가엾어라 가엾어라. 세상에 그렇게도 얌전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아씨를 갖다가……."
콩콩이는 제법 훌쩍훌쩍 우는 소리를 내었다.
아사달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서운 눈으로 잔뜩 앞을 노리며 그 자리에 화석이 되어 버린 듯 한동안은 얼굴의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슬픈 일이 있을까, 절통할 일이 있을까, 킁 킁. 기막히지그려, 기막혀. 두 분이 그리시다가 예까지 온 것을 서로 만나 보지도 못하시고 에구 원통해라. 에구 애닯아라."
콩콩이는 돌변한 아사달의 태도에 겁을 집어먹고 귀신 쫓을 때 주문 외우듯 슬픈 넋두리를 되풀이한 것이었다. 대번에 백지장 모양으로 새하얗게 된 얼굴빛과 금세금세로 눈청이 튀어나오는 양이 암만해도 바람이 나서 꺼뿍 숨이 넘어갈 듯한 것이 무서웠다.
더구나 무섭기는, 그 손아귀에 움켜쥔 새파랗게 날이 선 정과 무지스러운 마치가 움질움질 제 가슴에 날아와 박히고 머리를 후려갈길 것 같은 것이었다.
"명천 하느님 굽어살피소서. 이 늙은것이야 그 젊으신네의 보고만 죽도록 해드리고 시중만 해드리고 고운 옷만 입혀 드렸다뿐이지, 킁 킁, 아무 다른 뜻은 없었소. 꼭 원수엣놈의 문지기 때문에……."
콩콩이는 아사달의 사나운 형상을 보고 제 지은 간이 있어서 등골에 찬 땀이 쭉쭉 끼치며 연방 제 발뺌을 하기에 곱이 끼이었다.
"갑시다, 그 그림자못이란 어디오."
이윽고 아사달은 콩콩이를 꾸짖는 듯 명령하듯 불쑥 한마디하고 진둥한둥 앞장을 서서 거의 줄달음을 치다시피 하였다.
"가다뿐이오, 모시고 가다뿐이오, 후유."
콩콩이는 아사달이 몸을 움직이자 다시 살아난 것처럼 안심의 숨길을 돌리었다.
한참 뒤를 따라가다가 콩콩이의 머리에는 또 딴생각이 떠올랐다.
"여보 젊으신 양반, 천천히 좀 가십시다요, 킁 킁. 이 늙은것이 어디 따라를 가겠단 말이오. 후, 후, 숨차. 아무리 속히 간들 인제야 소용이 무엇이란 말이오. 암 가보시기야 가보셔야 하겠지만, 가보셨자 상심만 되지 무슨 별수가 있단 말이오. 여보 젊으신 양반, 내 말을 좀 들어요."
아사달은 어느 개가 짖느냐 하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콩콩이는 종종걸음을 쳐서 아사달의 팔에 매어달리다시피 하며,
"여보 젊으신 양반, 이런 기막힌 일을 당할수록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큰일 칠 생각을 해야 된답니다. 지금 빈손을 들고 가보시기만 하면 어쩌자는 말이오, 킁 킁. 절에서 찾을 것을 찾아 가지고 가야 역군을 풀어 건져라도 보고 장사도 어엿이 지낼 것 아니오."
콩콩이의 이런 말은 아사달의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듯하였다.
그는 마치 주정뱅이의 걸음걸이처럼 질팡갈팡하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내닫는다.
'쇠뿔도 단결에 빼랬다고.'
콩콩이는 마지못해 뒤를 쫓아가면서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왕 온 김에 받을 것을 받아 가지고 가야 될 텐데, 저렇게 벌에게 쏘인 듯이 달아를 나니 내 근력으로 휘어잡을 수도 없고, 만일 덧드렸다가는 정말 받을 것도 못 받지 않을까.'
콩콩이는 마침내 지금 당장 든 밑천을 뽑아 내기는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계집이 좀 죽었기로 저렇듯 미쳐 날뛰는 것을 보면 놈팽이가 인정머리는 있는 모양이로군. 마음이 그만큼 헙헙한 다음에야 고생하는 제 죽은 댁내를 끔찍이 두호를 해주었다면 흑 하고 떨어지렷다. 그러면 옷값과 밥값은 얼마를 따질까.'
콩콩이는 인제 기를 쓰고 쫓아갈 필요도 없이 느렁느렁 걸으며 속으로 구구까지 따져 보았다.
'그야 어디 든 것만 꼭 칠 수가 있다고. 성사만 되었으면 수천금이 생겼을 텐데.'
욕심꾸러기 콩콩이는 밑천을 찾게 되매 또 딴 욕심이 일어났다.
'놈도 계집을 잃고 심화가 나는 판이니 홧김에 그 상금을 송두리째 나를 줄는지 아나. 지금은 거의 환장이 된 판이니 며칠은 가만히 내버려두고 차차 일을 꾸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