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콩이는 장히 가쁜 듯이 숨결을 돌리고 나서 또다시 말끝을 이었다.
"내 집이 바로 그림자못 근처에 있소. 아침에 못가엘 나갔다가 풀밭에 되는 대로 쓰러진 이녁 댁네를 보았단 말이오. 나도 늙은이 혼잣손에 벌이하는 장남한 자식도 없고 근근이 간구한 살림을 해가는 터이니까 한 입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 꼴을 보고야 차마 인정간에 그냥 둘 수야 있소, 킁 킁. 더구나 그 정지를 들어 보니 어떻게 가엾고 딱하였던지!"
하고 콩콩이는 정말 눈에 눈물을 걸씬걸씬 띠어 보이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 아사녀가 지금도 댁에 있단 말씀이지요. 그럼 긴 얘기는 댁에 가서 하고 우리 지금 당장 댁으로 가십시다, 가십시다."
아사달은 아사녀를 한시바삐 만나 보고 싶었다.
콩콩이는 손을 저어 서두는 아사달을 말리었다.
"내 말을 좀더 듣구려. 그래 집에 데려다 놓고 보니 어떻게 몸이 지쳤던지 그대로 두다가는 큰 병이 날 것 같아서 넉넉지 못한 돈이나마 동취서대를 해가지고 끼니마다 고량진미를 해 먹인단 말이오. 명천 하느님이 굽어살피시지만 참말 진정 한 끼니라도 반찬 없는 밥은 아니 먹였다오. 빚양간 지더라도 인명을 구해야 될 것 아니오. 목욕물까지 데워다가 말짱하게 씻기고 여러 백 냥 든 옷까지 입혀 놓으니 상지 상거지가 금시로 한다한 아씨가 되었단 말이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제 속으로 낳은 자식인들 이렇게 위하고 가꾸기는 어려웠을 게란 말이오, 킁 킁. 워낙 잘 먹어 놓으니 얼굴과 몸에 몰라볼 만큼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화색이 돌고 제 입으로도 이 은혜는 못 잊겠다고 열 번 스무 번 치사를 하였다오……."
"그 은혜야 어떻게 잊겠습니까. 어떡하더라도 갚아 드려야……."
"내가 무슨 은혜를 받자고 한 노릇은 아니지만 빚양간 진 것은 갚아야, 킁 킁."
"다 이를 말씀입니까. 내가 무슨 수를 어떻게 하더라도 갚아 드리고말고, 자 이제 아사녀에게 가십시다, 가십시다."
"여보 젊은 양반."
콩콩이는 송두리째 잃어버린 줄 알았던 제 밑천을 얼마쯤이라도 건지게 될 싹을 보자 아까와는 딴판으로 아사달을 나긋나긋이 위해 올리었다.
"탑을 둘이나 혼자 맡아서 지으셨다지요."
"녜, 그렇습니다."
"아규 장해라, 어쩌면 재주가 그렇게도 놀라우실꼬. 하나 짓기도 여간 공이 들지 않으실 텐데 둘 템이나 혼잣손으로 모셨으니 그 공이야 이만저만이 아니실 테지, 킁킁. 탑일은 다 끝이 나셨소."
"녜, 어젯밤으로 끝이 났답니다."
"그래요, 그 동안에 오죽이나 애를 쓰셨을까. 그러면 상금이 많으시겠지."
콩콩이는 눈을 가늘게 떠서 아사달을 바라보았다. 그 상금을 통으로 움키려는 것처럼.
"글쎄 모르겠습니다마는 줄 만큼 주겠지요."
"인제 일이 다 끝났으니, 킁 킁, 오늘이라도 받으실 수 있겠지."
"글쎄요."
"킁 킁, 이런 크나큰 절에서야 쌀이 없어 못 드리겠소, 피륙이 없어 못 드리겠소."
아사달은 상금 받는 셈을 따지는 것엔 아무 흥미가 없었다.
"자, 아사녀에게로 가십시다, 어서 가십시다."
남이 받을 상금을 제 것이 다 된 듯이 널름거리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으려는 늙은이를 또 한번 재촉하였다.
"사람이란 늙으면 죽어야, 킁 킁. 하던 얘기는 끝도 안 내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을까. 그러나 차마 이 소리를 어떻게 할까. 그래 하루는, 하루가 아니라 바로 어젯밤 일인데 아사녀가 또 젊으신 양반을 찾아가신다고 이 불국사엘 왔더라오. 왔다가 또 아마 저 몰풍스러운 문지기에게 문전축객을 당했나 보오. 내가 하도 궁금해서 찾아를 나왔더니 절문 앞에서 만나 가지고 울고불고 몸부림을 하는 것을 가까스로 말리고 달래고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콩콩이는 흉격이 막힌다는 듯이 말을 뚝 끊었다.
"가는 길에 어떻게 되었단 말씀이오."
아사달은 말 허두에 벌써 불안을 느끼며 급하게 물었다.
"왜, 그, 그림자못 있지 않소, 킁 킁. 탑 그림자가 나타난다는 그 못가엘 또 갔더라오. 달은 낮같이 밝은데 역시 그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더라오. 별안간 무엇에 홀린 듯이 몸을 날려서 물 속으로 뛰, 뛰어들었다오."
콩콩이는 제가 붙들고 간 사실은 쑥 빼어 버리고 아사녀의 죽은 원인을 어디까지나 문지기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였다.
"물, 물 속에, 뛰, 뛰어들다니요."
아사달의 목소리는 황황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