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 150

"이녁이 부여에서 온 석수요."
콩콩이는 어리둥절한 아사달을 보자 대뜸 물었다.
아사달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지금 처소에까지 갔더니 없기에 또 예까지 찾아온 것이오. 원 망신살이 뻗치려니 꼭두식전에 별꼴을 다 당하거든."
문지기는 퉁퉁 부어서 매우 못마땅한 듯이 설명을 해 들리고 아사달에게 눈을 부라리었다. 내가 무슨 짝으로 네놈 때문에 이 망신을 당하느냐 하는 것처럼.
"그러면 그렇다든지 안 그러면 안 그렇다든지, 왜 말이 없소, 킁 킁. 여보 젊은이, 이녁이 정녕 아사달이란 석수요."
콩콩이는 벌써 목에 핏대를 올린다.
아사달은 웬 영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첫새벽부터 이게 웬일인가. 오늘은 꼭 길을 떠나야겠는데 또 무슨 헤살이 앞길을 막는 것인가.
"이건 무엇이란 말인가, 킁 킁. 사람 겁겁해서 어디 살겠나. 그렇소, 안 그렇소, 이 멀쩡한 문지기가 또 엉뚱한 딴사람을 갖다 대었단 말인가."
콩콩이는 또다시 문지기에게로 대어든다.
"이런 주책 망나니 같은 늙은이가, 원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나. 제 원대로 뜻대로 만나자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대면을 시켜 주어도 그래도 못 먹겠다는 건 무어야, 낫살이나 처먹었다고 대접을 해주니까 나중에는 못 할 소리가 없군. 내가 뭐 생기는 게 있다고 엉뚱한 사람을 대준단 말인가."
문지기도 노발대발한다.
"이놈, 너는 아비도 어미도 없단 말이냐, 킁 킁. 하늘에서 떨어졌니, 땅에서 솟아났니. 늙은 사람 보고 반말지거리를 하고. 이놈 생사람을 죽여 놓고도 뭣을 잘했다고 큰소리가 무슨 큰소리냐."
생사람을 죽여 놓았단 말에 문지기는 찔끔하였다.
"제가 죽고 싶어 죽었지, 왜 내가 사람을 죽인단 말이오. 그런 얼토당토 않은 말씀은 그만두고, 만날 사람을 만났으니 나도 내 볼일을 좀 봐야겠소. 자 두 분이 잘 이야기를 해보구려."
하고 문지기는 콩콩이를 아사달에게 떠다맡기듯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중얼중얼하며 내려가 버렸다.
생사람을 죽였느니 어쨌느니 아무튼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듯해서 아사달의 가슴은 섬뜩하였다.
혹은 주만의 신변에 무슨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았는가.
그는 꿈에도 아사녀 생각은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원, 사람 답답해 못 견디겠네, 킁 킁. 그래 이녁이 아사달이오."
콩콩이는 또 한번 따지었다.
"그렇습니다. 내가 분명 아사달입니다."
"옳지, 옳아, 그렇게 말을 선선히 해주어야지, 킁 킁. 그러면 아사녀가 이녁과 어떻게 되오."
"아사녀!"
아사달은 외마디 소리를 치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놀라기부터 해서야 어디 말을 하겠소, 킁 킁. 대관절 아사녀가 이녁에게 뭣 되는 사람이오."
"내 아내입니다. 어떻게 아사녀를 아십니까."
아사달은 허둥지둥 채쳐 물었다.
"휘유―---"
콩콩이는 기막히다는 듯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요 며칠 전에 아사녀가 이 불국사를 찾아왔더라오."
"녜? 그러면 아사녀가 서라벌에 왔단 말씀이오."
"서라벌에 왔기에 예까지 찾아온 것 아니오. 그렇게 당황히 굴지 말고 차근차근히 내 말을 듣구려, 킁 킁. 아사녀라는 이가 이 절에를 찾아왔는데 그 몹쓸 문지기란 놈이 대공을 마치기 전이요, 뭐 또 여자의 몸은 부정하니 어쩌니―---오늘 내게도 그런 어리더듬한 수작을 하다가 혼뗌을 했지만―---되지도 않은 소리로 떼거리를 시켰단 말이거든……."
"그래 지금 아사녀는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어요."
"가만히 남의 말을 좀 들어요. 그렇게 급하게 서둘지를 말고. 그 문지기 말에 그림자못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이녁이 짓는 탑 그림자가 비친다고 멀쩡하게 속였더란 말이오. 철부지 젊은이라 그 말을 고대로 곧이듣고 여기서 십 리나 되는 그 못가에 가서 우두커니 물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란 말이오……."
"그래 지금도 그 못가에 있습니까."
"가만히 좀 있구려. 그런데 못가에 옷이 있소, 밥이 있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천 리 길을 걸었으니 노독인들 좀 나겠고 그 옷꼴이란 거지 중에도 상거지가 되었을 것 아니오. 어디 가서 밥 한술인들 옳게 얻어먹었겠소, 킁 킁. 그러니 나중에는 그 못가에 기진맥진해서 늘어졌더라오……."
"그렇겠습니다, 그렇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자기를 찾아나선 아사녀의 애닯은 심곡을 생각만 해도 아사달의 목은 아니 메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