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녀가 그림자못에 몸을 던진 그 이튿날 식전꼭두에 독이 새파랗게 오른 콩콩이가 불국사로 들이닥치었다.
다짜고짜로 문안에 들어서자 그 말썽꾼이 문지기와 마주치게 되었다.
"웬 여인이관대 첫새벽에 남의 절 안엘 뛰어든단 말이오. 요사스럽게. 그 부정한 몸으로."
하며 문지기는 콩콩이의 앞을 막아선다.
"뭣이 어쩌고 어째, 킁 킁. 요사스럽다, 이건 누구한테 하는 말버르장머리여!"
콩콩이는 잔뜩 화가 났던 판이라 대번에 분통이 터지고 말았다. 그의 입에서는 게거품이 괴어 흘렀다.
"부정하기는 뭣이 부정하단 말이냐. 한 진갑 다 지낸 늙은 내다, 킁 킁. 젊은 년 뽄으로 서방을 끼고 자다가 왔단 말이냐. 부정하기는 뭣이 부정하단 말이냐. 다 나만큼 깨끗이나 하래라."
콩콩이가 마구 집어세우는 바람에 문지기는 하도 어이가 없었다.
"허 별꼴을 다 보는군. 식전 대뜸에 이건 무슨 봉변인고. 원 어젯밤에 꿈자리가 사나웁더니만."
"봉변이란 또 무슨 같잖은 소리냐. 육두문자도 쓰는 데가 다 다르다. 제 어미뻘이나 되는 늙은이에게 말마디나 들은 것을 봉변이라 하는 줄 아느냐, 킁 킁. 네 신수 불길한 걸 어찌 내 탓을 한단 말이냐. 심청이 그렇게 못 되었으니 꿈자린들 안 사납겠느냐."
하고 콩콩이는 뺨이라도 칠 듯이 들이덤비었다.
"허, 이건 원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누구더러 떨어지게 해라야."
문지기는 눈을 굴리며 콩콩이를 흘겨보았다.
"아무리 낫살이나 먹었다면 벌써 눈이 어두운 줄 아느냐. 네 꼴을 볼작시면 안장코, 메기 주둥아리에 얼굴은 설뜬 메줏덩이 같구나, 킁 킁. 이래도 내 눈에 보이는 게 없느냐. 해라는 너 따위 땡땡이중에게 하지 누구더러 하란 말이냐."
콩콩이가 기가 나서 대어드는 바람에 문지기는 한풀이 꺾이어 혼자말같이 중얼거렸다.
"원 늙은것을 손을 댈 수도 없고……."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콩콩이는 와락 문지기에게 달려들어 몸부림을 치고 소리소리 질렀다.
"어디 이놈 사람 좀 쳐봐라, 킁 킁. 어서 쳐라, 어서 쳐."
하고 콩콩이는 앞가슴을 헤치고 우글쭈글 주름잡힌 살을 내어놓았다.
"자 쳐라, 쳐. 왜 치지를 못해."
온 절 안이 떠나가도록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서슬에 문지기는 아주 기가 눌려 버렸다.
"원 이런 질색은 난생 처음이로군. 대관절 무슨 일로 오셨소."
"진작 그렇게 말을 할 것이지."
그래도 콩콩이는 분이 덜 풀린 듯이 한동안 씨근씨근 가쁜 숨을 쉬고 있다가,
"이 절에 부여에서 온 석수장이가 있다지. 뭐 이름은 아사달이라던가."
"있기는 있지만 그 사람은 왜 또 찾으시오."
하고 나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원 아사달에게는 찾아오는 사람도 많의. 며칠 전에는 웬 젊은 계집이 찾아와서 성화를 바치더니만."
"응, 며칠 전에는 젊은 계집이 찾아왔더라……."
적이 성이 풀어지려던 콩콩이는 또다시 눈에 쌍심지가 섰다.
"오, 옳지! 그러면 그 애를 죽게 한 것도 네놈의 소위로구나. 여기서 그림자못이 어디라고 석가탑인가 뭔가 탑 그림자가 비친다고 멀쩡한 거짓말을 해서 그 방정맞은 년을 속인 것도 네놈의 한 짓이구나. 이 생사람을 잡아먹은 놈아."
"아니 그러면 그 젊은 여자는 죽었단 말씀이오."
문지기도 눈이 호동그래졌다.
"네놈이, 없는 그림자를 있다고 해서 깜방같이 속아 가지고 못물만 들여다보다가 필경 매쳐서 빠져 죽고 말았단다. 이놈, 이 몹쓸 놈아, 남의 생목숨을 끊고 네 목숨은 성할 줄 아느냐."
문지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섬쩍한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뒤끝이 이렇게 벌어질 줄은 몰랐다.
"죽은 년은 죽었지만 내 손해는 누구더러 물려받는단 말이냐. 며칠을 두고 끼니마다 고량진미를 해대느라고 몇백 냥 돈이 자빠지고 중값든 옷까지 다 휘질러 낸 다음에 그대로 입고 빠져 죽었으니, 그것을 건져 낸다 한들 어디 쓸데가 있느냐 말이야, 킁 킁. 재수가 옴이 붙어도 별 빌어먹을 일이 다 많지그려."
콩콩이는 하도 앵하고 분해서 그날 밤이 새자 곤두박질로 불국사에 뛰어온 것이다. 먹을 콩을 놓친 것도 원통한데 제가 알토란같이 손해만 본 것을 생각하매 잠 한잠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