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거지는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절문 앞까지는 가까스로 왔으나, 다시는 댓 자국도 더 옮길 수 없다는 듯이 대문 기둥을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의지하였다.
켜켜이 앉은 때와 흙물이 군데군데 묻고 짓수세미가 다된 옷으로 보아 땅바닥에나 아무 데나 문자 그대로 풍찬노숙한 것을 대번에 짐작할 수가 있었으나, 벌의 집같이 흩어질 대로 흩어진 머리, 때가 줄줄이 붙은 뺨을 보면 홑으로 거지만도 아니요, 미친 여자 같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결곡하게 생긴 그 얼굴 모양과 맑고도 다정스러운 눈매에 어디인지 기품이 있어 보이는 것이 수수께끼였다.
몇 해를 문을 지키어 열인을 많이 한 탓에 웬만한 사람이면 한번 보아, 그 지위와 인금까지 알아맞춘다는 문지기로도 이 여자 거지만은 대중이 나서지 않았다.
문지기는 이윽히 그 여자 거지를 치훑고 내리훑어 보다가,
"무슨 일로 이 절을 찾아왔소."
하고 물었다. 웬간만 하면 떨어지게 해라를 붙이고, 호령호령해서 쫓아 버릴 것이로되, 어쩐지 이 여자 거지에게는 함부로 못 할 인품이 있어 보였던 것이다.
"여기가 분명 불국사입지요."
말 한마디 대답에도 지쳤다는 듯이 기신이 없었으나, 그 목소리는 카랑카랑하면서도 보드라웠다.
"그렇소. 여기가 서라벌 제일 대찰 불국사가 분명하오."
"네, 여기가 분명 불국사……."
하고 그 여자 거지는 반색을 하며 호 한숨을 내쉬었다.
애를 애를 쓰다가 마침내 목적지에 득달한 안심의 숨길을 내뿜는 것 같다. 그러고 또 한마디,
"그러면 옳게 찾아왔구먼."
하고 스스로 중얼거렸다.
문지기는 더욱 수상해하며,
"아주먼네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
"부여에서 온답니다."
"부여에서! 먼 길을 오셨군. 무슨 소관이 있어 불국사를 찾으시오."
그 여자 거지는 고개를 숙여 무엇을 생각하는 듯 잠깐 망설이다가,
"이 절에 부여에서 온 석수가 있습지요. 아사달이라고."
그 여자 거지는 아사달이란 이름을 입길에 올리는 순간 살짝 얼굴을 붉히었다.
"있지요. 석가탑을 맡아 짓는 석수 말이오."
"그 어른을 뵈려고 온 길입니다."
엊그저께 밤에 아사달로 말미암아 심상치 않은 야료가 절 안에 일어나서 그 때문에 잡인을 금하게 되고, 밤중에 함부로 사람을 들이었다고 주지와 주장중으로부터 톡톡히 꾸중도 듣고 혼도 났던 판이라 문지기는 아사달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심사가 와락 났다.
"그 사람은 무엇 때문에 보자는 거요."
하고 문지기는 오래 동안 출입하는 사람을 적간하는 사이에 사나워진 눈알을 굴려 그 여자 거지를 노려보며, 말씨까지 까슬까슬해졌다.
"그 어른이 제 남편이에요. 그 어른을 뵈오려고 그 먼 길을 걸어왔답니다."
그 여자 거지는 문지기의 태도가 별안간 변해지는 것을 보고 바른 대로 쏘며 자기의 사정까지 약간 내비추었다.
"안 되오. 그 석수는 지금 볼 수 없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찾아왔담. 절간에 아무 여편네나 함부로 들이는 줄 아나 봐."
그 여자 거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듯 물끄러미 성난 문지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러면 저는 여자의 더러운 몸이라 이 절문을 들어서지는 못할 망정, 그 아사달님께 잠깐 나오시라면 어떠하실지."
"그것도 안 되오! 그 사람은 삼 년을 끌고도 아직도 마칠 일을 마쳐 놓지도 못했는데, 그런 막중대공을 맡은 몸으로 한만히 제 계집을 만나 보다니 될 뻔이나 할 일인가, 원."
하고 문지기는 볼멘소리로 뇌까리었다.
"원, 문지기 십 년에 별꼴을 다 보거든. 그 더러운 옷을 입고 얼굴도 몇 날 몇 달을 안 씻은 계집이 내 서방 찾아왔네 합시고 절 문간에 발목을 들여놓다니. 참 말세가 되어 놓으니 별별 더러운 꼴을 다 본단 말이거든."
문기둥에 붙어 섰던 그 여자 거지는 별안간 벼락이 뒷덜미를 내리짚는 듯 그대로 미끄러져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면 이 일을 어떡하면 좋아요."
이윽고 그 여자 거지는 가까스로 진정을 하는 듯하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로 또 한마디를 속살거렸다.
"어떡하면 좋을 걸 내가 어떻게 아랑곳한단 말인가, 원."
문지기는 갈수록 몰풍스러웠다.
그 여자 거지야말로 묻지 않아 아사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