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일파가 밤을 타서 아사달을 습격하였다가 경신과 용돌에게 혼뗌을 하고 쫓겨간 사단은 불국사 승려들 사이에 둘도 없는 화젯거리가 된 건 물론이거니와, 순식간에 온 서라벌에 쫘아 하고 퍼지었으나 그 진상이 올곧게 전해질 까닭은 없었다. 워낙 어두운 밤에 생긴 일이라 목도한 사람도 드물었거니와 직접 당사자로도 제가 관계한 어느 대목만 알았지 머리에서 끝까지 사단 전체를 샅샅이 아는 이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단은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일어났으되 전하는 사람을 따라 가지각색으로 변형이 되고 윤색이 되어 마치 수없는 사단이 일시에 일어난 것 같기도 하였다.
우선 사단이 일어난 본바닥인 불국사 중들의 수근숙덕거리는 수작도 가지각색이었다.
"음충맞은 아사달놈이 어떤 유부녀를 꾀어 내어 석가탑 속에서 끼고 자빠졌다가 그 본 사내한테 꼭 들켰대. 그래 경을 팟다발같이 쳤다네."
"딴은 무슨 그런 꿍꿍이속이 있기에 삼 년을 내려두고 탑을 짓는다 합시고 늘어붙어 있었겠지."
"그래 그럴듯도 한 일이야. 그놈이 낮에는 일을 않고 밤에만 일을 한다는 것이 벌써 수상쩍은 일이 아닌가베."
"그래 그러면 그놈은 대관절 어떻게 되었나. 그 계집의 본 사내 손에 맞아 죽었겠지."
"그야 여불없을 것 아닌가. 그 본 사내란 것이 한다하는 대갓집 아들로 어젯밤만 해도 수십 명 구종을 거느리고 와서 요정을 내었다는데."
"그래 아사달이가 죽었단 말인가."
"그러면 죽지 않고."
"그러면 송장은 어떻게 했단 말인가."
"원 그 사람은, 죽은 송장 어떻게 처치한 걸 누가 다 안단 말인가. 연못에 띄워 버렸든지 불에 태워 버렸든지. 그까짓 것 하나 처치를 못 할 위인들이 아닌밤중에 들이쳤겠나."
이 축은 명색만 중이지 절 안 켯속을 도무지 모르고 까닭 없이 아사달을 미워하는 위인들의 수작이다.
"아사달이가 죽기는 왜 죽어. 눈이 등잔같이 살아 있다네. 지금이라도 제 처소를 가보게나. 아침 공양상을 받고 앉았을 테니."
이번 말참례에 뛰어든 위인은 또래는 같은 또래일망정 턱없이 아사달을 추앙하는 터이리라.
"그러면 아사달이가 죽지를 않았단 말인가. 제 혼잣손에 어떻게 수십 명을 대적을 해내었단 말인가."
"그게 법술이란 말이거든. 그 사람이 탑 짓는 것을 보게. 여간 재주를 가지고야 그런 대공을 맡아 볼 생의나 내겠나. 그이야말로 이만저만한 신통력을 가진 분이 아니란 말이어."
"허, 그래 자네는 그 사람이 신통력 부리는 걸 보았단 말인가."
"그럼 보지 않고. 여러 놈들이 서리 같은 칼을 들고 덤비는데 그분은 조그마한 마치 하나를 가지고 이리 막고 저리 치는 바람에 몰려오던 군정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단 말이어."
"무엇이 우수수 떨어졌단 말인가."
"무엇이 뭐야, 무엇이 뭐야……."
아사달을 너무 추어올리다가 제 허풍이 너무 지나쳐서 필경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런 허풍쟁이는 생후 처음 보겠네. 그래 우수수 떨어진 게 뭐란 말인가. 사람의 머리가 떨어졌다면 피라도 흘렀을 것 아닌가, 에끼, 허허."
말막음은 필경 웃음으로 터지고 풍쟁이는 멀쑥해졌다. 정말 그날 밤 광경을 먼빛으로 본 중 하나를 돌라싸고 앉은 또 다른 한 축.
"그런 게 아니라네. 보기는 내가 적실히 보았다네."
"뭐 자네가 보았다. 자네 같은 잠충이가 그때가 어느 때인데 잠 안 자고 보았단 말인가."
"아닐세. 보기는 내가 정말 보았네. 마침 잠이 깨어서 염불을 모시고 있노라니 석가탑 근처에서 수선수선 인기척이 나기에 슬슬 올라가 보았더니 서리 같은 칼들을 빼들고 '년놈 바삐 나오라'고 소리들을 지르지 않겠나."
"년놈 바삐 나오라고, 옳지 옳아, 그래서."
"거물거물 관솔빛이 비치는데 아사달을 붙들어 내리우는 것까지 보았는데 어디선지 난데없는 호통이 일어나며 웬 신장 두 분이 나타난단 말이야."
"신장이?"
"그럼, 신장이 아니고야 단둘이서 어떻게 그 여럿을 해낸단 말인가. 두 신장이 칼을 휘두르는 바람에 여럿은 혼비백산이 되어 쥐구멍을 찾고 다 달아나 버렸다네. 신장의 칼이 아니고는 목도 여러 개 떨어졌을 터인데 사람은 상하지 않고 뭇놈을 쫓아 버린 것만 보아도 알조 아닌가."
"딴은 그렇기도 한데."
"그 탑 밑에 보물이 여간 많이 들었나. 신장이 아니라 부처님이 신통력을 부리신 게지."
"그게 신장이 아니라 금강역사라는 거야."
"아무튼 이상은 한 노릇이야."
실상인즉 그 야단통에 한둘 깨어 나와 본 중이 없지도 않았으나 칼날이 번쩍거리는 바람에 무서워서 가까이는 못 가고 먼발치에서나마 구경이라도 한 축은 그래도 대담한 편이고 대개는 그대로 제 방구석에 달려들어가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였다.
웃두리중은 밤이면 대개 제 사삿처소로 달아나고 절에 있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그 뒤부터는 절문 단속이 엄해지고 드나드는 잡인을 사실하게 되었다. 더구나 아사달을 찾아왔다는 사람을 절금하게 되었다.
그 사흘 되던 날 저녁때쯤 되어 웬 여자 거지 하나가 절문 앞에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