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일어나라. 너도 소위 행세한다는 집 자식으로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이냐. 앞으로는 행신을 조심하렷다."
경신은 아사달의 앞에 코가 땅에 닿도록 꿇어 엎드린 채 얼핏 일어나지도 못하는 금성을 준절히 타일렀다.
금성은 명령대로 부시시 일어는 났으나 오도 가도 못 하고 그 자리에 박힌 듯이 서 있어 또 무슨 처분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경신은 용돌을 돌아보며,
"인제 가세. 신신치도 않은 일에 잠만 밑졌네그려, 허허."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휘적휘적 걸어간다.
"서방님, 서방님."
용돌은 떡 버티고 서서 금성의 주종을 노려보고 움직이지 않으며 경신을 불렀다.
그의 손에는 아까 아사달의 매인 것을 끊어 주던 칼이 아직도 시퍼렇게 번쩍였다.
"이놈들을 그대로 내버리고 갈 수 없습니다. 저 석수 아사달을 엄습할 때에는 반드시 곡절이 있을 터인데 그 곡절을 들어 봐야 될 것 아닙니까."
경신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미상불 그것이 궁금하네마는 저희가 말을 하지 않는데 굳이 들을 필요가 있을까. 저희들도 사람인 다음에야 다시는 이런 행티는 못 부릴 것이니."
"서방님 말씀이 너그러우시기는 합니다마는 저것들을 보통 사람으로 대접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일에 무슨 앙심을 어떻게 먹고 또 저 고단한 석수를 괴롭게 할지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글쎄 자네 말도 그럴듯하네마는……."
"그러니 이놈들에게 아사달을 엿보는 곡절을 알아두어야 앞일을 헤아리기도 얼마쯤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그는 그래."
하고 경신은 다시 금성과 고두쇠의 앞으로 걸어왔다.
경신이 용돌을 보고 돌아가자는 말을 듣자 금성의 주종은 다시 살아난 듯이 안심의 숨길을 돌리었다가 형세가 다시 변해지는 것을 보고 진작 틈을 타서 달아나지 못한 것을 뉘우쳤다. 기실 용돌이가 칼을 거두지 않았으니 달아나려야 달아날 수도 없었지만.
"이놈 금성이 듣거라. 너도 지금 내 말을 들어 알았겠지만 너희들이 이 아사달을 습격한 곡절을 알리지 않으면 너희들을 돌려보낼 수 없다. 무슨 까닭이냐. 빨리 일러라."
"네, 저어……."
하고 금성은 어물어물하였다.
용돌은 칼을 한번 휘두르고 한 걸음 금성의 주종 앞으로 내달으며,
"바른 대로 알려야 망정이지 만일 그렇지 않으면 두 놈의 머리를 한 칼에 베어 후환을 없앨 터이다."
"에구구."
금성과 고두쇠는 일시에 비명을 치고 두 팔로 제각기 제 머리를 얼싸안았다.
"빨리 아뢰어라."
용돌의 호령은 갈수록 날카로웠다.
"녜, 아뢰겠습니다. 소인이 아는 대로 아뢰겠습니다."
하고 고두쇠가 금성을 보고 눈을 껌쩍껌쩍하며 수작을 건네었다. 제 주인에게 말을 할까말까 의향을 물어 보는 모양이었다. 금성은 되는 대로 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었다.
"그래도 어서 아뢰지를 못하고."
용돌은 또 한 걸음 다가들었다.
"녜, 녜, 아뢰고말곱시오…… 저어, 저어, 아가씨 한 분이 계시온데……."
아가씨란 의외의 고두쇠의 말에 용돌의 눈은 호기심에 번쩍이었다.
"아가씨 한 분? 그래 아가씨가 어떠했단 말이냐."
"그 아가씨로 말씀하오면 곧 저의 소인 댁 서방님과 혼인말이 있사온 아가씨온데……."
"그래서, 그래서."
용돌은 입에 침이 없이 채쳤다.
"그러하온데 그 아가씨께서 자주 이 불국사엘 오신단 말씀입시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저 석수가 지금 짓고 있는 석가탑에 출입이 잦으시단 말씀입시오. 오늘 밤만 해도 그 아가씨께서 적실히 저 석가탑 속에 계신 줄 아옵고 저희들이 우 몰려온 것이랍니다."
"그러면 그 아가씨란 이는 어디로 갔느냐."
"그러하온데 그게 이상야릇한 일이란 말씀입시오. 분명히 계신 줄 알았는데 정작 와보니까 계시지를 않단 말씀입시오. 이런 기막힐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 그 아가씨의 이름은 누구란 말이냐."
용돌은 부리나케 물었다.
"그러면 계집싸움이던가."
경신은 시답지 않게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