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의 일행은 거칠 것 없이 불국사에 지쳐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어귀에서 문지기와 잠깐 힐난이 있었으나 금지 금시중 댁 공자 한림학사 금성의 행차란 바람에 그 육중한 대문도 쉽사리 열려진 것이다.
고두쇠가 앞장을 서서 우둥우둥 석가탑 가까이 오자 돌 쪼는 소리가 자지러지게 일어났다.
모든 기척이 끊어진 캄캄한 아닌밤중에 비 오듯 일어나는 그 소리는 어쩐지 신비롭고 거룩한 가락을 띠어 지쳐 들어가는 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이렇게 캄캄한데 어떻게 일을 할까."
코벌룸이가 소리를 죽이며 감탄하였다.
"돌 쪼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놈이 있기는 적실히 있는 모양일세그려."
샛바람이 중얼거렸다.
"그야 여불없습지요."
고두쇠가 제 염탐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을 자랑삼아 말하였다.
여럿은 슬근슬근 탑 그늘로 모여들어 전후좌우로 빙 돌아서 에워싸고 칼들을 쑥쑥 뽑아 들었다.
샛바람이 선뜻 사다리에 올라 탑 안으로 뛰어들며 서리 같은 칼날을 휘둘러 한번 엄포를 보이고,
"년놈 이리 나오너라!"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메아리 받듯 밑에서도,
"년놈 이리 나오너라."
소리소리 질렀다.
돌 쪼는 소리가 뚝 그치었다.
샛바람은 어느 틈에 아사달의 멱살을 잡아 낚아치며,
"이놈, 년은 어떻게 하였느냐."
물었으나 저편에서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이놈 왜 말이 없느냐. 년을 어디다가 숨겨 두었느냐. 바른 대로 아뢰어라. 만일 그렇지 않으면 한 칼에 네 목은 달아나고 말 것이다."
"……"
역시 아사달은 아무 대꾸가 없었다.
"년이 없다니!"
금성이가 실망한 듯이 중얼거리고,
"이놈 고두쇠야, 주만이가 가는 것을 네가 적실히 보았다지."
"녜, 녜, 가는 것을 여불없이 보았는뎁시오."
"그런데 없다니 웬 말이냐."
"글쎄올시다, 거기 어디 숨었겠습지요."
"그러면 관솔불을 다려라."
고두쇠는 준비하였던 관솔을 켜들고 사다리를 올라왔다. 좁은 탑 속은 대번에 환하게 밝아졌다.
아사달은 잔뜩 멱살을 추켜잡힌 채 검다 쓰다 말이 없고 주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아니하였다.
"허 이게 웬일일까. 그 아가씨가 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는데."
고두쇠는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탑 안을 살펴보다가 머리를 긁적긁적하였다.
"좌우간 그놈을 이리로 끌어내립시다."
밑에서 누가 제의를 한다.
"그놈을 이리로 끄집어내려 참바로 친친 동여매 놓고 구슬아긴가 뭔가 어디 있는가를 문초를 해봅시다."
"이놈 이리 내려가자."
하며 샛바람이 잡아끌매 아사달은 선선히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이놈, 구슬아기를 어떻게 하였느냐."
내려서는 아사달을 중심으로 여럿은 우 몰려서고, 금성이 쓱 나서면서 문초의 첫 화살을 던지었다.
아사달은 묵묵히 말이 없다.
"이놈이 갑자기 벙어리가 됐단 말인가. 왜 말을 못 해."
이번에는 곰보가 한마디하고 술이 취해서 허둥허둥하는 다리로 아사달을 걷어찼다.
"이놈, 이놈, 바른 대로 말을 못 해."
여럿은 제각기 한마디씩 하고 이뺨 저뺨을 갈기고 쥐어질렀다.
아사달의 코와 입에선 피가 흘러내렸건만 그는 닦으려 하지도 않고 그린 듯이 서 있을 뿐.
"그놈도 여간 고집퉁이가 아닌 모양일세그려. 자 참바로 동여매고 욱대겨 봅시다. 그래 제놈이 말을 않고 배기나."
코벌룸이 말에 여럿은 모두들 찬성을 하고 고두쇠를 시켜 손과 팔과 두 발목까지 한데 동여 놓으니 아사달은 저절로 그 자리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놈 이래도 말을 못 할까."
샛바람은 탑에서 내려와서 아사달을 걸타고 앉아서 두 손으로 아사달의 목을 냅다 눌렀다.
그때이었다.
"웬 놈들이냐. 여러 놈이 한 사람을 치고 때리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난데없는 호통이 그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