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 104

"우리가 풍우같이 몰아 불국사를 지쳐 들어간단 말이거든, 응, 다들 알아듣겠어. 그래 가지고 다짜고짜로 그 석가탑인가 뭔가 년놈이 들어박힌다는 탑을 철옹성같이 에워싼단 말이야."
코벌룸이는 제가 아주 대장격이나 되어 삼군을 호령하는 말투다.
"그러고 볼 지경이면 저희가 아무리 기고 난들 그 천라지망을 벗어날 수가 있느냐 말이야. 그래서……."
"여보게, 고만두게, 고만두어. 그 소리는 대관절 이번까지 몇백 번을 하는 거야."
샛바람이 듣다가 못하여 한마디 티를 넣었다.
"원, 저런 사람 보게."
코벌룸이는 펄쩍 뛰었다.
"대체 무슨 일이고 작사불민하여 도리어 해를 입는단 말이거든. 백 번 아니라 천 번이라도 미리 일러 둘 것은 일러 두어야 된단 말이거든…… 가만있거라, 내가 어디까지 말을 하였던가."
"잊어버렸거든 고만하고 집어치우게, 집어치워. 아까 술안주로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아니야, 술을 한 잔 더 마셔야 새 정신이 돌아나실걸."
좌중은 짝자글 웃었다.
"어 무슨 버릇없는 소리들인고. 아무튼 그 년놈을 끌어내린단 말이어."
"한 가지가 빠졌네. 왜 저번에는 년놈을 단단히 비끄러매어 가지고 끌어내린다더니."
"비끌어매든 어쩌든 아무튼 끌어내린단 말이야."
"그 더러운 년놈을 끌어내릴 건 있나. 한 칼에 모가지를 뎅겅 베어 버리면 고만이지."
이번에는 텁석부리가 출반주 왈을 하였다.
"아냐, 그것들도 젊으나젊은 나인데 대번에 죽이는 것은 불쌍하지 않나베. 더구나 제 이름 말마따나 구슬같이 예쁜 구슬아기를."
곰보가 검고 얽은 제 상판과는 아주 딴판으로 가냘픈 목소리를 내며 저편을 두둔해 말하였다.
"자네는 그 년놈에게 톡톡히 얻어먹은 것이나 있나 보이그려. 우리 서라벌 처녀들을 욕보이고 제 가문을 더럽히는 그런 화냥년을 살려 두어서 뭣에 쓴단 말인가."
하고 샛바람이 입술을 떨면서 몰풍스럽게 내쏘았다.
"자 이것 보란 말이야. 백 번을 짜고 천 번을 짜도 번번이들 딴청을 부리니 내가 어떻게 다지지를 않겠느냐 말이야. 내가 만일 그 말을 끄집어내지 않았던들 이군들이 우 달려가서 뿌리뿌리 제멋대로 아사달을 죽이는 놈에, 주만이를 죽이는 놈에, 비끄러매고 끌어내리는 놈에, 안 비끄러매고 끌어내리는 놈에, 주만을 끼고 달아나는 놈에, 사람이 정신을 차릴 수가 있을 건가 말이야. 그러니 여기서들 작정을 딱 해가지고 들이치든지 내치든지 해야 된단 말이야."
코벌룸이가 줄기차게 늘어놓는 바람에 여럿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죽이기까지는 너무 과하고 년놈을 참바로 한데 친친 동여매 가지고 서라벌 거리거리로 조리를 돌립시다. 그러면 달뜬 계집애들의 본보기가 될 거란 말이지요."
누가 이런 제의를 하였다.
"그것도 미상불 안 좋은 건 아닌데 그러면 너무 왁자지껄해지지 않을까. 이손 유종의 체모도 봐주어야지."
또 다른 사람이 이렇게 반대를 하였다.
"첫째 끌고 다닐 사람이 있어야 할 것 아니오."
코벌룸이가 마지막 단안을 내리었다.
"이런 젠장맞을,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 그러면 어떻게들 하잔 말이오. 중의 공사나 삼일이지, 그래 명색이 장안 안에서 이렇다하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꼴들이란 말이오."
샛바람은 매우 못마땅한 듯이 한마디 뇌까리었다.
"아따 그렇거든 이녁이 좋은 수단을 이르구려."
"년놈을 다 죽여 버리자는밖에."
샛바람은 잇새로 배앝는 듯 또 한마디 뇌었다.
"자, 그러면 좌우 양단간 우리 주인의 의견을 들어 봅시다."
하고 텁석부리는 금성을 바라보았다. 금성은 초조한 듯이 여럿의 공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 그 년놈을 꼭 잡아 가지고 수죄를 한 다음에 그 석수장이란 놈은 제 고장으로 쫓아 버리고 주만은 동여다가 나를 갖다 맡기시오."
"옳소, 옳소. 주인의 말이 옳소, 년을랑 주인을 갖다 맡깁시다. 자기야 구워먹든지 삶아먹든지 그렇게 골똘히 못 잊겠거든 장가를 들든지. 그러면 또 혼인술이 걸릴 것 아닌가베, 헤헤."
하고 누가 웃는다.
그들이 그 긴 공론을 마치고 더러는 말을 타고 더러는 걸어서 불국사를 향한 때는 벌써 밤이 이슥한 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