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은 좌정을 한 다음에 경신은 다짜고짜로 물었다.
"그래 이곳 중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녀석들이 생각이 무슨 생각이오. 삼시로 밥이나 때려누이고 몇 번 염주나 세고 나면 낮잠이나 자빠져 자고……."
용돌은 평일에 품었던 불평과 불만을 쏟아 놓을 자리를 만났다는 듯이 늘어놓기 시작하였다.
"그 중에도 돈냥이나 있는 놈들은 아랫마을로 살살 다니면서 계집질이나 하고 몰래 술들이나 퍼먹고……."
"그야 많은 중 가운데 그런 자도 더러 있겠지. 자네는 남의 결점과 단처만 보는 버릇이 있느니……."
"더러가 다 뭐요. 그놈이 다 그놈이지. 출가란 빈말뿐이요 어떻게 무섭게 돈을 아는지 던적맞기 짝이 없다오. 어디 재 한번 불공 한번 더 얻어걸리겠다고 이건 대가나 부잣집 아낙네만 얼진하면 치마꼬리에 매어달리듯 졸졸 쫓아다니고 그 비위를 맞추기에 곱이 끼었으니 그것들을 데리고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단 말씀이오."
"생기는 것 좋아하는 거야 인정이니까 그것만 가지고 험담할 거야 있는가."
하고 경신은 휘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때는 좋은 때건마는."
혼자말같이 중얼거리었다.
"무슨 때가 그렇게 좋다는 말씀이오."
"여보게 생각을 해보게. 당명황이 안록산에게 쫓기어 멀리 촉나라 두메로 달아났으니 이때를 타서 대군을 거느리고 지쳐 들어갔으면 중원을 다 차지는 못할망정 고구려의 옛 땅이야 다시 찾아오지 못하겠나."
용돌은 무릎을 탁 쳤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과연 서방님 말씀이 옳습니다. 조정에서야 어떡하던 우리의 힘으로나마 군사를 일으켜 보시는 게 어떠하실까요. 온 천하에 흩어진 낭도를 긁어모으면 그래도 몇만 명은 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안 되네, 안 되어. 나도 게까지 생각은 해보았네마는 암만해도 될 성싶지를 않네. 첫째로 그만한 큰일을 하자면 신라 온 나라의 힘을 기울여야 성사가 되겠거든. 소위 당학파들이 잔뜩 조정을 움켜쥐고 있으니 까딱 잘못하면 역적의 누명이나 쓰고 말 거란 말이지. 촉나라까지 쫓겨난 당명황에게 꾸벅꾸벅 문안사신까지 보내는 판이니 그자들에게 정당론(征唐論)을 끄집어내어 보게. 천길 만길 뛸 것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지."
"그러면 이번 기회에 중원은 못 들어치더라도 그 원수엣놈의 당학파들이나 모조리 해내 버렸으면 어떨까요. 설마 당나라에서 구원병이야 못 보낼 것 아닙니까."
"자네 말도 그럴싸하네마는 그러면 골육상쟁으로 형제끼리 피를 흘리게 될 것 아닌가. 그러니 그것도 못 하겠고 더구나……."
하고 경신은 이윽히 무엇을 생각하였다.
용돌은 경신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구나 또 무슨 상치되는 일이 있단 말씀입니까."
"더구나 안 될 일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명색 낭도가 우두머리가 없고 소위 무장지졸로 뿔뿔이 헤어져 있는 것일세. 개중에도 일치 단합이 못 되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큰일이야 큰일. 위로 임금님께서는 연만하시어 어느 날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 형편이고 태자가 어리고 약하시니 신기(神器)를 엿보는 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어."
"서방님 말씀이 옳습니다. 나같이 미련한 생각에도 오래지 않아 나라에 무슨 변이 날 듯 날 듯싶으단 말씀이오. 그러니 만일 난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막아 내실 작정이신지!"
"그거야 미리 어떻게 정해 놓을 수야 있나. 그때 당해 보아 어떡하든지. 있는 힘과 정성과 재주를 다할 뿐이지."
"그래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셔야 될 것 아닙니까."
"그러기에 말일세. 자네도 미리 준비를 해야 된단 말일세. 취모멱자로 중들의 해자만 뜯지 말고 슬근슬근 승군(僧軍)도 만들어 놓아야 될 것 아닌가."
"몇은 안 되지만 젊은 중들을 더러는 모아 봅니다마는 아까 말씀과 같이 뜻대로 안 되고 화증만 더럭더럭 나서……."
"일한다는 사람이 화증을 내어 쓴단 말인가. 첫째 기단해서는 못쓰는 거란 말일세."
오래간만에 만난 두 동지의 담화는 어느 때까지 어느 때까지 그칠 줄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