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만에야 팽개는 절이나 할 듯이 나붓이 아사녀의 곁에 앉았다.
약그릇을 조심조심 머리맡에 놓고 두 손길을 무릎 위에 공손히 올려놓은 다음에 돌부처처럼 몸을 꼼짝도 아니하고 숨소리까지 죽이며 어느 때까지 어느 때까지 자는 이의 얼굴과 가슴패기에 박은 눈을 깜짝이지도 않았다. 조금만 바시럭거려도 제 눈앞에 벌어진 이 애 졸이는 근경이 부서지는 것을 두리는 듯. 눈 한 번만 깜짝여도 고새나마 이 자릿자릿한 흐무러진 맛을 못 볼 것을 아끼는 듯…….
팽개의 숨길은 갈수록 거칠어 간다. 속에서 불덩이 같은 무엇이 치밀어 올라와 뚤뚤 말리며 목구멍을 꽉 틀어막아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게 한다.
'안 된다. 안 된다. 그러면 정말 십년공부 아미타불이다.'
팽개는 목구멍에 치받친 무엇을 밀어 넣는 듯이 침을 꿀떡꿀떡 삼키었다. 그러자 덜덜 뭉친 그 덩어리가 탁 터지며 온몸이 확확 달았다.
'싹불이도 제 집에 가고 없지 않느냐. 이 방 안에는 너와 아사녀와 오직 단둘뿐이 아니냐. 저번 작지의 경우와 또 달라서 아사녀는 깊은 꿈속에서 헤매고 있지 않느냐. 벽에 귀가 있느냐, 눈이 있느냐.'
아무리 누르고 또 눌러도 그 꿀을 담아 붓는 듯하는 속살거림은 끊이지 않았다.
팽개는 한뼘 두뼘 민그적민그적 자는 이의 옆으로 밀고 들어갔다.
"아주머니!"
필경 팽개는 물에 빠지는 사람 모양으로 허전거리며 불러 보았다.
자는 이의 쌔근쌔근하는 숨길이 그 말에 대답할 뿐.
"아주머니!"
이번에는 아까보담 좀 크게 불러 보았으나 잠 오는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 듯.
"아주머니!"
손까지 잡아 가만히 흔들어 보았건만 그 손에 촉촉히 밴 땀과 호끈호끈하는 온기가 제 손으로 옮겨올 따름이었다.
"아주머니!"
아까 잡은 손을 놓지도 않고 또 한 손으로 그 어깨까지 가볍게 만지었다.
자는 이는 살짝 양미간을 찌푸리며,
"응, 응."
그윽한 소리를 내었다. 팽개는 덴겁을 하고 한 걸음 물러앉으며 재빠르게 지껄이었다.
"아주머니, 어서 잠을 깨십시오. 약을, 약을 자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자는 이는 반듯이 바로 누웠던 몸을 앞으로 갸우뚱하게 모지게 누으며 한 다리를 온통으로 끌어내어 이불 위에 얹고는 몇 번 하하 숨을 내쉬다가 그대로 내처 자버린다. 가벼운 코고는 소리까지 나는 것을 보면 아까보담 더 깊은 잠에 떨어진 것 같았다.
팽개는 아사녀가 잠을 깨이는가 하고 겁을 집어먹었으나, 아사녀는 자면서도 아리알심을 부르는 양 아까보담도 더 보기 좋도록 돌아누워 준 듯하였다.
한번 아사녀의 땀과 온기가 옮은 그의 손은 좀이 쑤시는 것같이 인제 더 참으려야 참을 수가 없었다.
자는 이의 머리도 짚어 보고 어깨도 쓰다듬어 보았다.
아사녀는 잠결에 모른다는 것보담도 차라리 자는 체하고 저 하는 대로 내맡기는 것 같았다.
그럴싸하고 보매 딴은 그 얼굴도 눈만 감았다뿐이지 정말 자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저 입술이 왜 더도 벌어지지 않고 덜도 쪼무러지지도 않고 천연 방글방글 웃는 것 같으랴.
'만일 그렇다면 이 밤 이때야말로 다시 없는 좋은 기회가 아니냐.'
벌써 눈이 뒤집힌 팽개는 제 어림없는 헛생각을 참사실로 믿어 버리려 하였다.
팽개는 아주 대담스럽게 아사녀의 옆에 눕고 말았다.
이때였다. 싹불이가 부랴사랴 제 집으로 뛰어가느라고 그대로 열어 놓은 사립문으로 소리를 죽이는 발자취가 사푼사푼 걸어들어왔다.
팽개는 처음에는 꽤 동안을 떼어놓고 누워서 인제는 저도 자는 체를 하고 눈을 꽉 감은 다음에 슬며시 제 다리를 아사녀의 내놓은 다리 위에 얹어 보았다.
그래도 아사녀의 말신말신한 다리는 지그시 눌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옳지 되었구나.'
하고 팽개는 제가 도리어 잠투세를 하며 굴러 들어가 한 팔을 내어던지듯 아사녀의 가슴 위에 떨어뜨려 보았으나 역시 아무 동정이 없었다.
팽개는 서슴지 않고 자는 이를 껴안으며 그 염소수염을 흔들고 막 자는 이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가려는 순간이었다.
그의 등뒤에서 칼날 같은 소리가 그의 귀를 오려 내었다.
"아니 이게 병구완이오."
그는 허둥지둥 아사녀에게로 굴러 들어가느라고 제 여편네가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서 있는 것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