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개의 안에 들어가 보란 말에 싹불은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었다.
"나는 싫으이. 인제는 자네가 어쩌든지 하게. 나는 그 우는 꼴을 다시 보기 싫으이."
"누구는 그 우는 꼴이 보기 좋다던가. 자네가 꾸며 논 일이니 자네가 들어가 보게나."
"자네는 장래 실속이나 바라지만 내야 무슨 까닭인가. 그 말끄러미 바라보는 눈길과 딱 마주치면 아주 아찔이야. 까닭 없이 가슴이 뻑적지근해지고……."
싹불은 연상 고개를 흔든다.
"어제 쌀 닷 말 보낸 것이 적어서 그러나. 지금 와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 고개를 배틀고 앉은 꼴은 차마 볼 수가 있어야지."
하고 싹불은 그 밀룽밀룽한 눈두덩을 잔뜩 찌푸린다.
두 짝패는 한동안 승강이를 하다가 필경엔 둘이 다 같이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팽개와 싹불은 아사녀의 방문 앞까지 왔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싹불이가 먼저 불러 보았다. 방 안에서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아무 대꾸가 없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왜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하고 싹불은 넌지시 방문을 잡아당겨 보았으나 문고리가 안으로 걸린 듯하였다.
싹불은 팽개를 돌아보고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가만히 속살거렸다.
"문까지 꼭꼭 닫아걸었는데."
"또 좀 불러 보게. 잠이 든지도 모르니."
팽개는 싹불을 재촉하였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문고리를 좀 벗겨 주세요."
싹불은 또다시 외쳤다.
방 안에서 뒤쳐 눕는 기척이 나며,
"나가 주세요. 제가 몸이 아파서……."
모기만한 소리가 들려 왔다.
"편찮으시다고 온종일 아무것도 자시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편찮으실수록 곡기를 하셔야 기운을 차리시지요."
이번에는 팽개가 자상스럽게 타일렀다.
"오라버니세요."
방 안에서도 팽개의 목청을 알아듣고 반색을 하는 모양이었다.
"됐네, 됐네. 자네 목소리를 듣고 저렇게 반길 때는……."
싹불은 눈을 깔아 메치며 팽개를 보고 수군거렸다.
팽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싹불을 쿡쿡 쥐어지르고 나서,
"네, 팽개도 왔습니다. 문을 잠깐 열어 주십시오."
방 안에서는 이윽히 문을 열까말까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럼 조금 이따 들어오십시오. 방을 좀 치워야……."
"방이야 치우시지 않아도 좋습니다. 잠깐 뵈옵기만 하면 고만이니까요. 그대로 누워서도 좋습니다. 별일 없으신 신관만 뵈오면 고만입니다."
팽개의 말씨에는 정이 뚝뚝 떨어졌다.
"어떡하나."
방 안에서는 난처한 듯이 혼자말하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러시다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겠습니다마는!"
"아녜요, 아녜요. 그냥 들어오십시오."
하고 문고리를 벗기는 소리가 났다.
팽개가 앞서고 싹불이가 뒤따라 들어오는데 아사녀는 기신 없는 몸을 끌다시피 하며 벽에 쓰러진 듯이 기대이고 이불자락으로 미처 버선도 못 신은 발을 가리었다.
어찌하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여위었을까. 척색진 두 볼은 우벼 파간 듯이 말라붙었고 그 어여쁜 눈시울은 통통히 부어올랐다. 볼록하던 가슴 언저리가 눈에 뜨일 만큼 가라앉았는데 숨 한번 들이쉬고 내어쉬는 것도 무척 힘이 드는 듯 어깨가 들먹들먹한다. 팽개와 싹불이도 차마 바로 보지를 못하였다.
"어디가 그렇게 편찮으신지 우선 약을 지어 와야겠는데."
팽개는 눈을 떨어뜨려 방바닥만 내려다보며 딱한 듯이 물었다.
"약 안 먹어도 차차 낫겠지요."
"아닙니다. 하룻밤 사이에 저렇듯 얼굴이 틀리신 걸 보면 여간 중병이 아니신데 약을 안 잡수셔야 될 말입니까."
"약을 먹는다고 나을 병이 아녜요."
하고 아사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이 싹불에게 들어 알았습니다마는 아사달이가 괘씸이야 하시겠지만 그래도 너무 상심을 하시면 몸이 부지를 하실 수 있습니까."
위로한다는 팽개의 말이 도리어 아사녀의 속을 점점이 에어 내는 것 같았다.
"죽어도 아까웁지 않을 목숨인데 몸이 좀 축가는 거야……."
아사녀는 호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