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서라벌 소식을 듣다니요."
아사녀는 제 귀를 의심하는 듯이 채쳐 물었다.
"오늘 아침결에 서라벌에서 온 사람을 만났지요."
"그래 아사달님이 잘 있대요."
하고 아사녀는 무릎을 세워 손으로 턱을 괴고 맥맥히 싹불의 입을 바라본다.
"잘 있기는 있답니다마는……."
싹불은 아사녀의 눈길이 부신 듯이 얼굴을 외우시며 어물어물한다.
"있기는 잘 있는데…… 혹은 무슨 일이?"
아사녀는 눈이 둥그래진다.
"아주머니 들으시기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라서……."
하고 싹불은 또 말끝을 흐리마리해 버린다.
"좋으나 나쁘나 적실한 소식만 들어도 얼마큼 속이 시원할 것 아녜요."
"바로 며칠 전에 서라벌을 떠나 온 사람이요, 제 귀로 듣고 제 눈으로 보고 왔다니까 소식이야 적실하지요만, 별로 신통치를 않아서……."
싹불은 채 말도 다 하기 전부터 장히 언짢은 듯이 눈살을 잔뜩 찌푸려 보인다.
"대관절 아사달님께 무슨 변고나 생겼대요. 어서 말씀을 좀 하셔요."
하고 아사녀는 날아 나갈 듯이 주저앉는다.
"허, 바른 대로 말씀을 하면 아주머님께서 상심만 하실 게고…… 어떡하나. 애당초에 말을 끄집어내지 말걸. 방정맞게 입이 가벼워서."
싹불은 매우 난처한 듯이 스스로 개탄하고, 스스로 꾸짖는다.
아사녀는 갈수록 초조해졌다. 무슨 소식이기에 저렇게도 말하기가 거북할까. 뜻밖의 불행과 변괴가 겹겹이 닥치는 내 팔자이거니 남편의 신상인들 좋은 일이 있을 리 있으랴. 무소식이 호소식으로, 불길한 소식이라면 차라리 귀를 막고 듣지 않는 것이 나을지 모르되 한번 허두를 듣고서야 뒤끝이 궁금하여 또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언짢은 소식이라도 들려 주세요. 이 위에 더 큰 불행과 슬픔이 있다 해도 나는 조금도 겁을 내지 않을 테니까요."
아사녀의 목소리는 벌써 울멍울멍해졌다.
"차마 아주머니께는 알리기 어려운 소식인데!"
하고 싹불은 제 머리를 짚는다.
"대관절 탑은 어떻게 되었답디까."
"탑이고 뭐이고…… 탑보담 더 큰 일이 생겼답디다. 그래서 탑공사도 벌써 끝이 났을 텐데 입때 미룩미룩하고 있답디다."
"탑보담도 더 큰 일이 무슨 일일까요. 그러면 그렇게 원을 하던 대공도 아직 못 이루고!"
"대공을 이루기는커녕 까딱하면 귀어허지가 될 모양이랍디다."
"녜?"
아사녀는 거의 외마디 소리를 쳤다. 그 차마 하지 못할 이별을 한 것도, 자기가 이 악착한 고생을 하는 것도 오직 대공을 이루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 탑 쌓는 일조차 허사라면!
아사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단단하고 착실하고 얌전한 사람이 그렇게 변할 줄이야."
싹불은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빠뜨리고도 슬쩍슬쩍 아사녀의 기색을 곁눈질하며 괴탄괴탄을 한다.
"아사달님이 사람이 변하다니요."
갈수록 심상치 않은 저편의 말에 아사녀의 가슴엔 무엇이 와지끈와지끈 부서지는 듯하다.
"그렇게도 아주머니와 금실이 좋던 그 사람이 변심이 될 줄이야, 변심이 아니라 무여 환장이라니까요."
싹불의 한마디 한마디는 비수와 같이 아사녀의 가슴을 에어 내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서라벌에서 온 사람 말을 믿지를 않았습니다. 그 여무진 사람이 그럴 리가 있느냐고 곧이듣지를 않았지요. 그런데 그 사람인즉 바로 불국사 아랫마을에 사는 사람인데 제 말이 거짓말이라면 눈이라도 빼어 놓겠다고 다짐까지 두었습니다. 그 사람이 올 때에 아사달을 보고 내가 지금 부여로 가는 길이니 가신이라도 있거든 전해 주마고 부탁까지 하였는데 편지 한 장을 부치지 않더라니 그것만 보아도 아사달이가 마음이 변한 것이 아니냐고요. 젊은 아내가 빈방을 지키며 남편 돌아오기만 고대고대를 하는데 저는 그래 한다하는 신라 귀인의 집에 장가를 들어 거드럭거리다니 그런 고약한 인사가 어디 있느냐고 노발대발을 하잖겠습니까."
"설마 장가야 들었을까."
그래도 남편을 어디까지 믿는 아사녀이었다.
싹불은 비웃는 듯이,
"설마 장가가 다 뭐예요. 벌써 자식까지 낳았다는데."
"벌써 자식까지!"
아사녀는 부르짖고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