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과 웃보가 싸웠다는 소문은 대번에 쫘 하고 퍼졌다. 한입 두입 건너는 동안에 터무니없는 귀가 달리고 발이 붙어서 소문은 별별 괴란쩍고 망측스러운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웃보가 턱거리를 하는 바람에 장달의 턱이 떨어지고 말았대."
"웃보란 놈이 키는 작아도 다부지기는 무섭지. 그 키다리가 나가떨어지는 걸 좀 봤더면 정말 장관이었을 텐데……."
"아무리 하면 근력이야 장달을 당할 수가 있나. 그 검센 주먹으로 내리쳐서 웃보의 갈빗대가 부러졌대."
"아마 두 개가 부러졌다지."
"아니야, 세 개래."
부러진 갈빗대 수효까지 따지며 살가죽을 헤치고 보고나 온 듯이 말하는 위인도 있었다.
"대체 싸움은 왜 했다는 거야."
"여태까지 그것도 모르시오. 그야말로 종일 통곡에 부지하 마누라 상사격이구려. 장달이가 막 들어서니까 웃보가 아사녀를 끼고 앉았더래."
"저런 망할 녀석 봤나."
"아니야, 그 싱거운 키다리가 새벽같이 달려들어 채 잠도 안 깬 아사녀에게 덤벼들었대."
"그 코끼리 같은 놈이."
"그래 그걸 보고 웃보가 후려갈겼다나 봐."
"웃보란 놈은 새벽에 뭣 하러 아사녀한테 갔던가."
"그야 모르지."
"아니래. 웃보가 먼저 가 있었대."
"장달이가 먼저 갔대도 그러네."
"그야 어느 놈이 먼저든지 똑같은 놈들이지."
"그는 그래."
"아무튼 아사녀가 큰일났군. 아사달이란 놈은 한번 가더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없고 아비마저 죽고 없으니 그 젊은것이 탈이 아니 날까."
"그 승냥이떼 같은 제잣놈들이 그냥 둘 리 없지."
"이쁘기나 여간 이뻐야지."
"이놈, 너도 생각이 다르구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침이 그대로 꿀떡꿀떡 넘어가는걸 뭐."
손바닥만한 동리의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뭇 입길에 아사녀의 이름이 오르내리었다.
제자들은 아사녀에게 달려와서 제각기 분개한다.
"그놈들이 어디 싸움할 데가 없어서 여기를 와서 치고 받고 하다니 고약한 놈들 같으니."
"그놈이 사람이란 말이오. 스승의 상청이 바로 여기 있는데."
"돌아가신 스승의 눈에 채 흙도 들어가기 전에 그 외동따님을 놀려대다니 똥으로 쳐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 같으니."
하고 작지는 입에 게거품까지 흘리었다.
"그런 놈들은 인제 이 문전엔 발그림자도 얼씬 못 하게 해놓아야."
싹불이가 이를 득 갈아 붙이었다.
"그래 웃보란 놈이 아주머니 젖가슴에 손을 댔다지요."
작지는 흉장이 막힌다는 듯이 숨을 헐레벌떡거리며 물었다.
"아녜요. 그런 일은 없어요."
아사녀는 고개를 빠뜨리며 얼굴을 붉히었다.
"아니 그놈이 아주머니를 두리쳐 끼고 입을……."
아사녀는 귀를 막고 싶었다.
새빨갛던 그의 얼굴은 대번에 파랗게 질리었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나. 설마 그럴 리야 있겠나."
"그럴 리가 다 무엔가. 나는 장달에게 바로 들었는데."
"아니라네. 나는 웃보에게 들은 말이지만 장달이란 놈이 아주머니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사녀는 그 자리에 고꾸라질 듯하는 몸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 이럴 때에 팽개라도 왔으면 싶었다. 그가 왔으면 이 무도한 자들을 물리쳐 줄 것 같았다. 저희들끼리는 서로 뜯고 으르렁거려도 팽개의 앞에는 고개를 못 드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팽개의 발길은 너무도 드물었다.
그는 특별한 일 없이 결코 아사녀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올 적마다 빈손으로는 오지 않았다.
쌀이 떨어질 만하면 영락없이 쌀을 팔아 가지고 오고, 나무가 거의 다 없어져서 오늘 저녁을 어떡하나 할 때에는 기별이나 한 듯이 나무를 꾸려 가지고 왔다. 하다못해 고기 매와 생선 마리라도 들고야 왔다.
온다 해도 방에는 말할 것 없고 마루에도 잘 올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아사녀가 권하여도 마루 끝에 그냥 걸터앉았다가 그대로 일어서 버리었다.
말을 한대야 집안 두량에 관한 말뿐 별로 다른 수작이 없었다.
다른 제자들은 오기만 하면 눌러붙고 상없고 무참한 소리를 거침없이 지절거리는 데 진절머리가 난 아사녀에게는 그가 마치 거룩한 부처님같이 보이었다. 너무 설면설면한 것이 도리어 야속할 지경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