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의 병은 아사달이 떠나던 그해에는 별판으로 점점 나아갔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자 그 몹쓸 해소도 도수가 드물어지고 손수 정을 들어 여러 제자들에게 돌 쪼는 비결조차 가르쳐 줄 만큼 되었다.
그가 이렇게 속하게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은 첫째 온화한 기후 관계가 크기도 하였지마는 외동사위를 멀리 떠나 보내고 심신이 긴장한 탓도 탓이리라.
그는 세상없어도 아사달이 대공을 이루고 돌아올 때까지는 살아야 한다. 그 능란한 솜씨로 서라벌 석수들을 어떻게 찔끔하게 하고 천하에 으뜸가는 탑을 어떻게 지어 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눈을 감으려야 감을 수 없었다.
만일 그 동안에 제 명이 이어가지 못한다면 홀로 남은 아사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슬아슬하였다.
그는 아사달이 있을 때보담 제 몸을 돌보고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죽이나마 억지로라도 몇 술을 더 떠넣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때를 할 수만 있으면 줄이고 웬만만 하면 기동을 해보았다.
그러나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무서운 기침은 또다시 그를 찾았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 내고 오장육부까지 뒤틀어 오르게 하는 그 무서운 해소는 맹렬하게 그의 덜미를 짚었다.
기침 한번 한번에 늙고 쇠한 기운은 빠져 달아났다. 몸에 억지를 부린 탓으로 그 반동은 더욱 무서웠다.
한겨울이 되자 몸져 눕고 말았다.
아사녀는 병상 곁에서 꼬박이 여러 밤을 밝히었다.
호된 기침을 하고 난 뒤에는 거물거물 그 자리에서 숨이 지는 듯도 하였다.
"아버지, 아버지, 눈을 떠보십시오, 눈을 떠."
아사녀는 울며 부르짖었다. 푹 꺼진 눈자위는 눈알맹이가 있을 성싶지도 않고 가르렁가르렁하던 담끓는 소리도 가라앉고 숨소리가 들릴 둥 말 둥하자 아사녀는 질색을 하며 아버지를 깨워 보는 것이었다.
"음, 음, 왜."
하고 그 진땀이 배어서 번질번질해진 눈시울을 뜨면 아사녀는 돌아간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 것같이 기뻐하였다.
"아버지."
"왜."
"아버지가 이렇게 편찮으시다가…… 만일……."
"만일에 죽으면 어떡하느냐 말이지. 안 죽는다, 안 죽어, 쿨룩쿨룩."
말끝은 기침으로 마쳐졌으나 부석은 자신 있게 딸을 위로하였다.
"아사달이 돌아오는 걸 못 보고 내가 죽다니 말이 되느냐. 아사달을 다시 못 보고 눈을 감으려니 감을 수 있느냐."
"아버지께서는 그 탑이 얼마쯤이나 되었을 듯해요."
"가만있자, 그 애 간 지가 한 일 년 되었느냐."
"올봄에 갔으니 아직 일 년은 채 못 되었지요."
"옳아, 그 애가 올봄에 갔것다. 공을 들이자면 그래도 일 년은 걸릴걸."
"뭐 일 년 템이나."
"참 짓는 탑이 둘이라지. 훌륭한 석수를 만나 하나씩 맡아 짓는다면 일 년에 끝을 내겠지만 두 탑을 혼잣손으로 다 맡는다면 이태는 더 걸릴걸."
"어유 이태!"
아사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태가 그렇게 먼 듯하냐. 까다로운 공사나 만나고 생각이 잘 안 돌면 사오 년도 걸리는 수가 있느니라."
"그렇다면 큰일나게요, 큰일나게."
아사녀의 눈은 호동그래졌다.
일 년이 채 못 되어도 이렇게 그립고 기다려지거든, 이태 삼 년이 걸린다면 아버지보담도 제가 먼저 말라죽을 것 같았다.
"여기서 서라벌이 얼마나 되어요."
"글쎄 몇 리나 될까. 한 오백 리는 더 될걸."
"오백 리, 그렇게 멀어요. 걸어간다면 여러 날 걸리겠는데요."
"암 여러 날 걸리지. 발이 부르트고, 쿨룩쿨룩."
"노독이나 나지 않았을까."
아사녀는 혼자말같이 중얼거렸다.
위태한 고비를 몇 번 넘기기는 하였지만 그해 겨울은 아무튼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그 이듬해 봄이 되고 여름이 되자 기침은 또다시 뜸해졌지만 너무 지쳐서 기운을 차릴 수가 없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