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달의 머릿속을 꿰뚫고 쏜살같이 닫는 흐름은 갈수록 혼란해지고 갈수록 급격해진다.
처음에도 물꽃 송이송이마다 별처럼 빛을 발하여 마치 별로 엉기인 은하수가 굽이치는 듯 눈부시지 않음이 아니요 영롱하지 않음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 광채는 밝고도 부드러웠지마는, 이제 와서는 그 물결이 그대로 기름인 양 물보라를 날리는 대로 훨훨 불길을 일으키어 물꽃인지 불꽃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빠르기는 물결이라느니보다 차라리 바람결 같다. 어지럽게 춤추는 꽃구름을 휙 몰아가는 회오리바람도 이러할 듯.
아사달의 손길도 바람결같이 날쌔다.
머릿속에서 쉴새없이 터지는 줄불보담 못하지 않게 그의 눈앞에서도 쇠와 돌이 단판 씨름을 하는 불꽃이 번쩍번쩍 흩어졌다.
이 휘날리는 불꽃 사이에 모래알만한 작은 아내의 모양이 튕기는 듯 번득이다가 스러지기도 하였다. 그리운 아내와 애달픈 '흥'이 두 손길을 마주잡고 그를 찾는 수가 이전에도 흔히 있었다. 그리운 생각이 쌓이고 쌓이어 손바람이 절로 나는 '흥'을 빚어내고 자아내기도 기실 여러 번이었었다.
아쉬운 마음이 도저하고 간절할수록 그에게 '접'하는 '흥'도 놀랍고 엄청난 때가 많았었다.
구축축한 풋사랑과 거룩한 '솔도파(탑)'가 한데 뒤범벅이 되는 것은 발을 구를 일인지 모르리라. 기가 막힐 노릇인지 모르리라. 그러나 사랑에서 흥이 오고 흥이 어리어 세상에도 진기한 탑이 이루어지는 것을 어이하랴. 부처님도 웃으시며 눈을 감으실지 모르리라.
이번만 해도 외로운 나그네의 몸으로 명절을 맞이하게 되고 지나친 그리움과 걱정에 몸이 달고 애를 태운 나머지에 이런 신흥이 그의 덜미를 짚은지 모르리라.
'흥'은 인제 이글이글한 불덩어리가 되어 그대로 디굴디굴 구른다.
그는 불채찍에 휘갈기는 사람 모양으로 죽을 판 살 판 정과 마치를 휘둘렀다.
몇 날이 되었는지 몇 밤이 되었는지 그는 모른다. '흥'이 끊어진 때나 그에게 낮도 있고 밤도 있었지만 '흥'이 꼬리를 맞물고 잇달아 일어날 때에야, 기실 그 '흥'이 계속되는 동안이 그에게는 도무지 한순간인지 모른다.
머리에는 아직도 꽃불이 재주를 넘고 뒹구는데 몸의 힘은 마음의 힘에 차차 휘감겨 들어가는 듯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용을 쓰면 쓸수록 팔의 맥은 자꾸만 풀려진다.
"저기 불덩어리가 구을지 않느냐. 저 불을 쫓아가야 한다. 세상 없어도 따라가야 한다."
애가 마르도록 외치면 외칠수록 정과 마치는 제자리에 가서 놓이지 않는다.
웬일일까! 그전에도 '흥'의 불길이 껌벅껌벅 꺼지려 할 때에도 손길은 신이야 넋이야 쫓아가서 아주 꺼져 버린 뒤라도 그 남은 운으로 얼마쯤은 끌어갔었거든 이번에는 불줄이 이렇게 춤을 추는데도 팔을 마음대로 놀릴 수가 없으니 웬일일까!
"될 말인가, 될 말인가."
차차 차차 까무러져 가는 제 몸의 힘을 소리소리 불러일으키려 하였건만 기를 쓰면 쓸수록 팔은 허둥지둥 꿈지럭거릴 뿐이다.
"이것 큰일났구나."
아사달은 저도 제 힘에 절망을 느끼면서도 마치와 정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분명히 댈 데 대고 칠 데 쳤건만 빗맞고 허청을 쳐서 귀에 익은 제 자국에 들어가 떨어지는 쾌음이 여간해서는 일어나지를 않는다.
아사달은 수렁에 빠지는 사람 모양으로 버르적거리며, 이번이란 이번에야말로 제 자국을 때리리라 하고 마치를 번쩍 들어 보기 좋게 한번 휘갈겼다.
아뿔싸! 할 겨를도 없이 마치는 허공을 치고 그의 몸은 이상한 힘으로 휙 앞으로 잡아 낚아채는 듯하였다.
그 찰나, 그의 머릿속에서 마치 눈보라처럼 설레던 불길이 한꺼번에 확 하고 타올라서 삽시간에 불바다를 이루더니 이내 아뜩하게 꺼져 버린다……. 까무러친 아사달의 머리 위에 지나치는 달빛이 종용하게 흐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