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 033

점심 대중공양을 마치고 아상노장이 들어가자 불국사 중들은 한자리에 모인 김에 '공론'이 분분하다. 벌써 며칠째 밤이고 낮이고 끊이지 않고 귀아프게 들려 오는 돌 다루는 소리에 그들은 진저리를 내었다.
"벌써 며칠째나 되었을까."
"이틀은 더 될걸."
"이틀이 뭐요. 아마 오륙 일은 되지."
"벌써 그렇게 되었을까."
"아무렴, 그렇게 되고말고."
"나무아미타불, 오륙 일을 먹도 않고 자도 않고."
"원 그렇게들 정신이 없단 말이오."
듣다가 못한 듯이 떠는턱이 중론을 가로맡아 시비를 가릴 듯이 나선다.
"가만있거라. 오늘이 사월 열하루, 파일 이튿날이니 곧 아흐렛날 식전부터 일을 시작했으니깐 꼭 오늘이 사흘째 잡아드는군."
떠는턱은 꼬챙이 같은 손가락을 또박또박 꼽아 가며 따지고 나서, 휘 한번 좌중을 훑어본다. 내 정신이 이렇게 좋은데 어느 뉘가 감히 딴소리를 할까 보냐 하는 눈치다.
"장실 말씀이 옳소. 따져 보니 과연 오늘이 꼭 사흘 되는 날인가 보오."
원주가 이번에는 고분고분히 찬성을 해버린다.
"단 사흘이라도 어려운 노릇이야."
"어렵다뿐이오. 단 하루라도 어려운 노릇인데……."
"사흘씩 굶다니 어렵고말고. 그야 우리 세존께서야 칠 년 고행도 하셨지만!"
"아니 그것도 말이라고 하오. 일개 석수를 어찌 우리 세존께 댄단 말이오."
말과 말이 주거니 받거니 벌써 중구난방이다.
"원 일을 해도 주책머리가 없지그려. 안 하려 들면 이틀 사흘 손끝 까딱하지 않고 하려 들면 며칠씩 굶고 야단이니."
빨갱이도 마침내 말참견을 한다. 말씨가 우락부락한 것을 보면 아직도 아사달에 대한 미움이 그대로 남은 듯.
"그것도 소위 명공의 유세랄지."
하고 누가 빈정거린다. 파일 잘 못 쇤 분풀이는 뜻밖에 거둥으로 말미암아 풀어졌을 법도 하지마는 그래도 '떠 들어온 부여놈 따위'가 아니꼽다는 감정이 어디선지 움직이고 더구나 자기네가 신 벗고 따르려야 따를 수 없는 그 뛰어난 재주를 까닭 없이 시새었던 것이다.
"그야 그렇게 말할 것 있소. 일이야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할수록 좋은 것 아니오."
이번에는 원주가 전날과는 아주 딴판으로 아사달의 역성을 든다. 산댓속이 빠른 그는 거둥으로 생길 만큼 생겼고 또 왕이 한번 길을 터주신 후로 대갓집 불공도 푸득푸득 들어오기 시작한다. 첫째로 이손 유종 댁 아들 발원의 삼일 불공이 들지 않았느냐. 더구나 불시에 거둥을 하시게 된 것이 전하는 말과 같이 다보탑 구경하시는 데 계셨다면 그것을 쌓은 석수를 미워할 까닭은 도무지 없었다. 하루바삐 석가탑마저 이루어지면 무슨 수가 또 어떻게 생길지 누가 아느냐.
"침식을 잊으니 그것이 딱한 노릇이야." 하고 그 눈방울이 겉도는 눈에 제법 걱정하는 빛까지 보이었다.
한 절의 살림을 맡은 주장중이 이렇게 역성을 들어 놓으니 입 놀리던 중은 멀쑥해지고 난데없는 동정들이 쏟아진다.
"공양을 안 드니 정말 큰일이군."
"병이나 나면 어떡하나."
"글쎄 나도 그게 걱정이야."
"억지로라도 좀 들게 못 할까."
"기어이 좀 권해 보시지요."
"글쎄 나도 두어 번 권해 보았지만 워낙 열이 난 사람이라 말이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니, 허허."
귀찮고 성가신 일은 웃음으로 막아 버리는 것이 원주의 버릇이다.
"그런 신통력을 가진 분이니 사흘쯤 굶는 것이야 관계치 않겠지만."
"아무리 법력이 놀라워도 너무 곡기를 끊어 가지고는 염려지, 염려야."
"그러나 어쩔 수가 있소. 대공을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마 오늘쯤이야 일을 그치겠지."
"만 이틀에 해놓은 일머리를 보면 엄청나더군, 엄청나."
"그야 이 세상에서 다시 얻기 어려운 명공이라는밖에."
"그 탑을 모시라고 부처님이 일부러 내신 사람이지."
"어 놀라운 재주거든."
가장 동정을 하는 척도 하고 추어도 올리면서도 속살로 아사달의 신상을 염려하는 위인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수로 어떻게 하든지 미음 한 모금이라도 결단코 마셔 보자는 씨알머리는 아직 생겨나지도 않았다. 불전에 공양드리듯 하루 세 끼만 갖다 놓았다가 치워 버렸다가 하면 고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