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비는 말허두를 어디로 돌릴까 하고 눈을 껌벅껌벅하더니,
"배를 타고 들어가서는 너희들끼리 한자리에 모였겠구나."
하고 '그렇지?' 하는 듯이 제 누이의 얼굴을 본다.
"그야 한데로 가기야 갔지요."
"나란히 서 있었지."
"아니 멀리 떨어져 있었는걸요."
"뭘 가까이 있고서는!"
"가까이는커녕 아주 서로 얼굴도 못 알아볼 만큼 멀리멀리 있었다오."
아옥은 인제는 제 오라비의 꾀에 좀처럼 넘어가지를 않고 도리어 뱅글뱅글 웃으며 애만 말린다.
금성은 바싹 제 누이의 앞으로 다가앉으며 비대발괄을 한다.
"그러지 말고 그날 지낸 일을 하나도 빼지 말고 죽 강을 좀 해라."
"글 배운 것 강하기도 귀찮은데 그것까지 강을 하란 말예요. 난 싫어."
"싫기는. 그럼 무슨 청이든지 들어줄게."
"정말."
"정말이고말고."
"저 당서 가르치는 것 제발 고만둬 주어요. 그러고 아버지께서 잘 배우느냐 물으시거든 잘 배운다고만 해주실 테요."
"그래 그래 그 청이야 들어주지."
"그리고 또 아버지께서 강을 받으실 때 오빠가 그 대문을 나는 보이고 아버지는 안 보이는 데서 보여 주실 테요. 그렇잖으면 오빠가 옆에서 뚱겨주든지."
"얘 그것 참 어렵구나. 아버지께 들키면 큰일나게."
"그러기 아버지께 안 들키게 하란 말이지, 누가 들키게 하라나베."
"그건 좀 어려운데, 암만해도."
"그럼 고만둬요. 나도 그날 본 것을 말 안 하면 고만이지."
"그래, 그래라. 네 말대로 다 들어주마. 자 그날 본 대로 들은 대로 다 얘기를 하렷다."
"싫어, 얘기만 다 듣고 나면 또 딴청을 부리실걸, 뭐. 난 얘기 안 할 테야."
아옥은 싹을 보고 더욱 비싸게 굴며 단단한 다짐을 받는다.
"한번 약조를 한 담에야 일러주다뿐이냐, 뚱겨주다뿐이냐. 다짐장이라도 두자면 두지. 자 어서 얘기를 해라. 그래 그래 주만이가 어떡하고 있던."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배를 저어 들어가서 돌사다리를 올라가서 다보탑을 구경하고 왕께서 석수장이를 불러 보시고……."
"그래서 그래서."
"그런데 오빠아, 그 석수장이가 참 잘났어."
"그까짓 놈이야 잘났든지 말든지."
"아녜요. 그 석수장이가 어떻게 잘났는지 몰라요. 눈이 어글어글하고, 얼굴이 백옥 같고……."
하고 아옥은 그 실눈을 멍하니 뜨고 눈앞에 무엇을 그려 보는 것 같다.
"이 애가 미쳤나. 웬 석수장이 사설만 늘어놓을까. 그래, 그 다음에는 어떡했단 말이냐."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다가 말았던가."
"원 얘가 넋이 다 빠졌구나. 석수장이 불러 본 데까지 안 했니."
"옳지, 그 다음에는 불공을 올리고 저녁을 먹고 재를 올리고 돌아들 왔지요."
"그뿐이야."
"그뿐이지 무에 또 있어요."
"주만이는 어떡하고."
"주만이를 누가 어떡해요. 다들 같이 왔지 뭐."
"올 적에는 너하고 동행이더냐."
"그럼 다들 동행이지요."
"그래 동행을 하면서도 아무 말들이 없었단 말이냐."
"말이 무슨 말이에요. 아무리 초롱불이 밝아도 밤길이라 모두들 땅만 내려다보고 가까스로 못까지 내려온걸."
"작별인사들도 안 했단 말이야."
"언제 작별인사나 할 틈이 있어요. 못을 건너와서는 제각기 제 수레를 찾아 타고 돌아왔는데."
"얘기란 단지 그게야."
"그야말로 서문에서 본문까지 본문에서 발까지 다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미진하시단 말이요, 호호."
"그래 그뿐이야, 기껏."
금성은 대번에 풀기가 꺾이며 매우 서운해한다.
"그러면 구슬아기가 나보고 오빠에게 무슨 전갈이나 할 줄 아셨소, 으흐흐."
아옥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전갈이야 않겠지만."
"그러면 뭘 뇌고 또 뇌이시오. 딱하기도 하시지."
금성은 엎어지듯 책상머리에 고개를 푹 숙인다.
"왜 또 주무실 테요. 오 참, 한 가지를 빼놓았군. 구슬아기가 탑 돌던 얘기를."
"응!" 하고 금성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