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에서 졸고 있던 금성은 킹킹 콧소리를 하다가 재채기를 한번 되게 하고 졸림 오는 눈을 떴다.
"오호호."
금성의 누이동생 아옥(娥玉)은 허리가 부러지라고 웃어젖힌다.
"아이 우스워, 아이 우스워." 아옥은 때굴때굴 구른다.
그는 사랑에 놀러를 나왔다가 제 오빠가 책상에 코방아를 찧고 있는 것을 보고 심지를 꼬아 코 안으로 비비어 넣은 것이다.
"이 대낮에 낮잠이 무슨 낮잠이에요. 고리타분하게."
"이 무슨 괴란쩍은 짓이람."
오빠는 제법 점잔을 빼고 나무란다.
"어이구, 그 조으시는 모양이란 꼴도 사나웁지, 이 책 속에다가 코를 비벼대고."
아옥은 한 팔로 제 머리를 휩싸고 펴 놓인『시전(詩傳)』속에 제 얼굴을 뒤엎어 보인다.
오빠는 조여붙는 눈으로 삥긋이 웃는다.
"에그, 그 입 가장자리에 침이나 좀 닦아요. 어린애 모양으로 침까지 지르르 흘리고, 으흐흐."
아옥은 그 가느다란 실눈을 거의 감는 듯하며 연방 웃음을 흘린다.
"요런 오도방정은! 지금 한창 재미난 꿈을 꾸는 판인데."
오빠는 웅얼웅얼하는 갈라진 목소리로 게두덜거리며 입가에 희게 늘어붙은 침자국을 닦고 싱겁게 또 한번 웃는다.
"꿈을 꾸었어요. 어디 재미난 꿈 얘기나 좀 해봐요."
"얘기가 무슨 얘기냐. 막 꾸려는데 네가 헤살을 놓은걸."
"그러면 채 꿈도 꾸지를 못하셨군요."
"말하자면 꿈의 서문을 초하다가 만 셈이지."
"뭐 꿈도 서문이 있고 본문이 있나 뭐."
"그럼 꿈도 서문이 있고말고. 본문을 지나면 발(跋)까지 있는 법이야."
"발은커녕 머리가 어때요."
"무식쟁이란 할 수가 없군. 말까지 상스럽거든."
"왜 내가 무식쟁이에요. 맹자 논어를 다 읽었는데 이까짓 '요조숙녀책'만 보면 제일예요."
아옥은 책상에 놓인『시전』을 못마땅한 듯이 손가락 끝으로 튀기었다.
"허, 성경현전을 그렇게 함부로 구는 법이 아니야."
하고 금성은 펴놓은 책을 접쳐서 한옆으로 치운다.
"입에다 대고 침을 께 흘릴 제는 언제고, 오호호."
누이는 또 땍때굴 웃었다.
금성은 누이의 이번 말은 들은 척 만 척하고 아까 말만 가지고 티를 뜯는다.
"흥, 요조숙녀책! 그러기에 무식하단 말이지. 시전이란 말은 못 하고."
"누가 시전인 줄이야 모르나요. 오빠가 그 책만 펴들고 앉으면 밤낮 요조숙녀만 고성대독을 하니 그렇지. 남의 귀가 아프게시리."
"누가 네게 들으라고 하던."
"그건 고만두고, 그 꿈의 머린가 발인가 얘기나 좀 해요."
"맑고 맑은 물가에 비둘기 한 쌍이 내려와서……."
"오호호, 비둘기가 왜 물가에 내려올꼬."
"왜 '관관저구 재하지주로다' 바로 시전에 있는걸."
"시전에만 있으면 고만이에요, 호호. 그러면 으레 요조숙녀가 또 뛰어나왔겠군요."
"암 그렇지, 그야." / "그래 그 요조숙녀가 누구입디까." / "꿈속에 나타난 걸 어떻게 분명히 아누."
"모르긴 왜 몰라요. 꿈에 보고도 몰라요." / "글쎄 네가 잠을 깨워서 놓쳐 버렸다는밖에."
"아이구 가엾어라. 꿈에나 실컷 보시게 할 걸 갖다가." / "그렇기에 방정을 떨지 말란 말이야, 히히."
금성은 또 웃는다.
"그래 오빠는 꿈에 본 요조숙녀를 정말 모르신단 말예요." / "몰라, 몰라."
금성은 고개를 쩔레쩔레 흔들었다. / "왜 이렇게 시침을 떼셔요. 그러면 내가 가르쳐 드릴까."
"내가 꿈을 꾼 것을 네가 어찌 안단 말이냐."
"그래도 난 오빠 속을 당경(唐鏡)보다도 더 환하게 들여다보고 있어요."
"어디 알아맞춰 봐라." / "구슬아기지 누구야." /"아니야."
"아닌 게 뭐예요."
"구슬아기가 내 꿈속에 나타날 까닭이 있나."
"어느 건 오매불망이라고 꿈엔들 안 보이리."
"흥, 흥."
금성은 콧소리를 내고 제 아버지를 닮아서 맹숭맹숭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웃음살이 벙글벙글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