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부처님의 법력이시고 상감마마의 원력이신 줄로 아룁니다. 아무리 단단하고 유착한 바위라도 높으신 원력 앞에는 나무보담 더 연하옵고 물보담 더 무른 것인가 합니다."
하고 아상노장이 합장을 한다.
"연전에 감역 금대성(金大成)이 천하의 명공을 얻었다 하더니 저 탑도 그 명공이 쌓은 것인가."
왕이 물으신다.
"분부와 같습니다. 오직 그 명공의 혼잣손으로……."
"혼잣손으로?"
왕은 놀라신다.
"과연 천하명공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구나. 늙은 사람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십 남짓한 젊은 사람이올시다."
"이십 남짓한 젊은 사람!"
여러 사람들도 서로 돌아보며 혀를 내어두른다.
"이십 남짓한 젊은 사람!"
주만도 속에 새기듯 곱삶았다.
"서라벌 사람이오?" 이번에는 이손 유종이 묻는다.
"아닙니다. 부여에서 왔다 합니다."
"그러면 부여 사람이오?"
"부여에 유명한 부석(扶石)이란 석수의 수제자라 합니다."
"지금도 그 석수가 이 절에 있소."
아상노장은 다보탑 서쪽으로 여남은 간 떨어진 자리에 두 층만 쌓아 놓은 석가탑을 가리킨다. 그 탑에 걸치어 사다리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아직도 집채만큼씩 한 바윗덩이가 여러 개 남아 있고 치우고 쓸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돌조각이 여기저기 떨어진 것이 아직도 공사중인 것을 가리킨다.
"이 다보탑은 작년에 끝을 내고 지금은 저 석가탑을 짓는 중입니다."
일행은 석가탑 앞으로 발길을 옮기었다.
아직 완성도 되지 않았지마는 얼른 보기에 다보탑처럼 혼란한 깎음새와 새김질이 없어 다보탑에 얻은 감흥이 너무 컸던 만큼 여럿은 적이 실망을 하였다.
"제아무리 명공이라 할지라도 다보탑에 기진역진한 게로군."
금시중이 대번에 타박을 한다. 경솔하게 입 밖에는 내지 않았을망정 금시중과 동감인 사람도 적지 않았다.
주만이만 이 말에 맘속으로,
'아니오, 아니오.' 하고 외쳤다.
층마다 술밋한 돌병풍이 둘리고 그 병풍 네 귀에 접어 넣은 듯한 돌기둥이 한데 어우러져 탑신을 이루었는데 그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은 굵은 선이 어디인지 장중하고 웅장한 풍격을 갖추어 비록 다보탑과 같이 잔재미는 적을망정 그 수법이 범상치 않은 것을 일러준다.
"아니올시다. 공은 이 탑이 더 든다 합니다. 탑 한 층마다 온전히 돌 한 덩이를 가지고 지어 낸다 합니다. 그러니 공사가 거창하기로는 오히려 다보탑보담 여러 갑절이라 합니다."
아상노장이 타이르듯 금시중의 말을 반박하였다.
주만은 제가 바로 알아본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그리고 속으로,
'한 층이 돌 하나로 되었다면 다보탑보담 공이 더 들고말고.'
혼자 뇌었다.
"딴은 공사가 거창은 하겠군. 그 우람스러운 품으로는 그럴 성도 싶소. 그러면 다보탑을 능라와 주옥으로 꾸밀 대로 꾸민 성장미인에 견줄진대 이 탑은 훤훤장부의 기상이 있다 할까, 허허."
금시중도 아까 제 말이 너무 경솔했던 것을 뉘우치고, 그 득의의 한문 문자를 휘몰아 쓰며 얼른 둘러맞춰 버리고 그 노리캥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살을 편다.
"그 석수가 지금도 있다면 잠깐 불러올 수 없을까."
하시고 왕은 아상노장을 보신다.
왕의 이 말씀에 여럿의 귀는 번쩍 뜨이었다. 저마다 그 석수를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듯이 뛰어난 재주를 지닌 그 석수장이는 과연 어떠한 사람일까. 여럿의 눈은 호기심에 번쩍였다.
그 중에도 주만의 눈이 더욱 빛났다.
"어려웁지 않습니다."
하고 들어가는 아상노장의 걸음이 느린 것이 원망스러웠다.



